그렸고 그런 사이 — 키크니 특별전에서 다시 떠올린 엄마
여름휴가 계획 세우다가 문득, “이번엔 실내에서 뭔가 좀 특별한 거 없을까”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 답을 우연히 DDP에서 찾았어요. 바로 키크니 특별전 : 그렸고 그런 사이입니다. 웃긴 그림 전시인 줄 알고 가볍게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걸어 나왔던 경험을 오늘 나눠보려고 해요.


키크니 특별전 웃긴 전시라던데, 왜 이렇게 짠할까

친구가 추천해줄 때만 해도 “재밌고 위트있는 일상 만화 전시”라는 말만 듣고 갔습니다. 실제로 초반부는 정말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그런데 관람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는 지점이 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옆에서 관람하던 다른 분들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어요.
전시 기본 정보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정보부터 정리할게요.
- 전시명: 키크니 특별전 : 그렸고 그런 사이
- 기간: 2026년 4월 25일(토) ~ 9월 6일(일)
-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1관
- 티켓: 13,000원~22,000원대 (구간별 상이)
- 예매 및 전시회 설명 링크 -클릭–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하신 분들은 사용기한을 꼭 챙기세요. 26년 4월 25일부터 7월 17일까지 사용 가능하고, 그 이후로는 7월 31일까지만 쓸 수 있어요. 취소는 7월 17일까지만 가능합니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전시 종료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으니, 미루고 계셨다면 서둘러 일정을 잡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초반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동네 상점가


입구를 지나면 아기자기한 동네 상점가 세트가 나옵니다. ‘초코 쫓기는 사이’라는 초콜릿 가게, ‘아물회 퍼시픽’ 물회집, ‘수타벅스’라는 간판의 중국집까지,


익숙한 간판을 살짝 비튼 말장난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포로로를 패러디한 우주인 그림이나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회사 끌려가는 제 모습 그려주세요” 같은 관람객 참여형 문구도 웃음 포인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길고양이 에피소드예요. “눈여겨 보고 있는 길냥이가 이것저것으로 유혹해도 잘 안 넘어와요, 결국 절 받아주는 고양이 그려주세요”라는 문구 옆에, 오랜 기다림 끝에 곁을 내준 고양이와 사람의 뒷모습이 담겨 있는데, 고양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그 마음을 바로 이해하실 거예요.



목 곳곳의 간판 말장난도 웃음 포인트예요. ‘고시촌’은 “고시 알고 싶다”로, 삼겹살집은 “쫄면 주는 삼겹살집”에 “쫄리면 돼지 드시던가”라는 능청스러운 드립을, 중국집은 “옷 끼는 짬뽕이네”라는 간판으로 웃게 만듭니다.



사진 찍기 바빠서 놓치기 쉬운데,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중반부: 어머니와의 기억, 결국 여기서 무너졌습니다
전시 중반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편찮으신 어머니와 침대맡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요. “뭐 먹고 싶어”라는 물음에 “나 그거 엄마가 해준 볶음밥, 그거 먹고 싶어요”라고 답하는 장면부터, 섬망 증상으로 없는 이야기를 자꾸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를 크게 낳아 커진 체구는 이제 너무 말랐다”고 담담히 써 내려간 문장, 그리고 잠결에도 가스밸브를 챙기신 어머니를 향해 “엄마 멋지다”고 말해주는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TT 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은 엄마. 어머니..
저 는 이 부분에서 완전히 무너졌어요. 예전에 편찮으셨던 저희 어머니의 모습과, 그 옆을 지키던 제 모습이 그림 속 인물과 너무 똑같이 겹쳐 보였거든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손수건 하나 챙겨가시길 진심으로 권해드려요.
마무리: 결국 남는 건 위로였습니다





전시 후반부에는 “별, 수 없으니”라는 문구가 별이 총총한 벽면 가득 투사되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바닷가 그림에는 “언제든 상처 없이 바다.들.이길..”이라는 문구가 붉은 지붕 집과 잔잔한 파도 위에 담겨 있는데, 지쳐 있던 마음이 조용히 다독여지는 순간이었어요. 우울과 불안으로 힘들었던 순간을 담담히 고백하는 문장, 꽃다발을 안고 청혼하는 장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은 부부의 모습까지 이어지며 전시는 “그래도 우리, 이렇게 살아간다”는 다정한 위로로 마무리됩니다.

관람 팁
- 포토존이 많아서 카메라 배터리는 넉넉히 챙기세요.
- 말장난 간판이 많아서, 아는 만큼 더 재밌습니다. 시간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해요.
- 중반부 감정 기복이 클 수 있으니, 감성적인 콘텐츠에 약하신 분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시는 게 좋아요.
여름철 실내 문화 피서로도,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시간으로도 정말 좋았던 전시였습니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았으니, 아직 안 가보신 분들은 이번 여름 안에 꼭 한번 다녀오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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