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에 무명, 40살에 월드컵 주인공 – 카보베르데 골키퍼 이야기
이것이 축구다! 이것이 스포츠다~

제가 월드컵 축구를 보다가, 참 마음이 찡했어요.. 명승부,, 이런걸 두고 하는말이죠.. 정말 최선을 다한.
살다 보면 문득 ‘내 인생은 이미 늦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고, 내가 쌓아온 시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초조해지곤 하죠. 오늘 소개해 드릴 카보베르데 골키퍼 이야기는 바로 그런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전율과 깊은 위로를 전해주는 마법 같은 실화입니다. 나이라는 숫자가, 그리고 무명이라는 과거가 결코 우리의 미래를 가둘 수 없음을 몸소 증명해 낸 한 남자의 드라마가 지금 시작됩니다

이번 월드컵 32강 중에 이 경기만큼 계속 생각나는 경기가 없어요.
카보베르데 골키퍼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 중 한 명입니다. 25살까지 무명이었던 그는 40살이 되어 전 세계 축구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카보베르데. 결과만 보면 3-2로 아르헨티나가 이긴, 그냥 강팀이 약팀 힘겹게 이긴 경기로 정리될 수도 있는데요. 근데 이 경기를 진짜로 만든 건 스코어가 아니라 카보베르데 골키퍼 한 명이었습니다. 이름은 보지냐, 본명은 조시마르 조제 에보라 디아스. 나이는 마흔이에요.

골키퍼 한 명 얘기로 글 전체를 채워도 되나 싶긴 한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 사람 커리어 자체가 드라마더라고요.

25살에야 시작한 축구 인생
보통 프로 축구선수들 보면 10대 후반, 늦어도 20대 초반엔 데뷔하잖아요. 보지냐는 25살에야 앙골라 클럽에서 처음 프로 계약을 했습니다. 이후로 몰도바,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을 전전했고요. 지금 소속팀도 포르투갈 2부 리그 샤베스입니다. 화려한 커리어는 절대 아니었어요. 그냥 계속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면서 골문을 지킨, 저니맨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선수입니다.
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 이곳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조시마르 디아스(일명 보진하).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럽 빅리그는커녕,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고향의 작은 로컬 클럽을 전전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 선수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25살이라는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이미 유망주 소리를 듣기엔 늦었고, 세계적인 스타들은 이미 몸값을 수천억 원씩 올릴 시기죠. 이 시기 카보베르데 골키퍼 이야기의 주인공 보진하의 삶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는 것과 같았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비조차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맨땅에서 몸을 던지며 훈련하기 일쑤였죠.
“과연 내 노력이 빛을 발할 날이 올까?”라는 질문이 매일 밤 그를 괴롭혔겠지만, 그는 장갑을 벗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늦었다고 말할 때,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골문 앞을 지키며 다가올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그런 그가 카보베르데 대표팀에는 2012년부터 있었어요. 국가대표 은퇴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계속 버틴 이유가 딱 하나, 월드컵이었대요. 그 꿈이 이번에 이루어진 거죠.
세월이 흘러 어느덧 그의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스포츠계에서 마흔은 은퇴를 해도 몇 번은 했을 법한, 노장 중의 초노장 나이입니다. 하지만 기적은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한 그 지점에서 피어났습니다. 묵묵히 실력을 갈고닦던 그에게 드디어 국가대표 주전 수문장이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세계 무대에서 그의 신들린 선방쇼가 시작된 것입니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이 카보베르데 골키퍼 이야기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심장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신보다 몸값이 수십, 수백 배는 높은 이집트, 가나 등의 초호화 공격진을 상대로 마흔 살의 골키퍼는 온몸을 던져 골문을 사수했습니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엄청난 반사신경과 오랜 무명 시절 동안 뼈저리게 다져온 노련한 경기 운영은 경기장 전체를 압도했습니다.
외신들은 앞다투어 이 믿기지 않는 노장의 활약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습니다. 25살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무명 선수가, 온갖 풍파를 견뎌내고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으로 우뚝 선 것입니다. 그의 장갑에 새겨진 무수한 흉터들은 그가 견뎌온 15년의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7월 3일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 전반 29분 메시가 먼저 골을 넣으면서 시작됐어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패스를 메시가 받아서 침착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 흘러갔죠. 그런데 후반 14분 데로이 두아르트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때부터가 보지냐 타임이었습니다. 후반 내내 메시의 슈팅, 프리킥을 계속 막아냈어요. 경기 끝나고 나온 스탯 보니까 아르헨티나 유효슈팅 10개 중 8개를 막았더라고요. 메시 개인 슈팅만 따지면 6개 중 5개입니다. 프리킥을 손으로 쳐내는 장면까지 나왔고요. 40세 12일이라는 나이로 국가대표 데뷔전에 나선 역대 최고령 기록도 세웠다고 합니다.
결국 연장전까지 갔고, 라우타로 마르티네스 – 시드니 카브랄이 번갈아 골을 넣으며 2-2까지 갔다가, 연장 후반 6분 지네이 보르헤스의 자책골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최종 스코어 3-2. 카보베르데의 첫 월드컵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팀 얘기를 계속 하게 될까요

경기 후 인터뷰들 좀 찾아봤는데, 이긴 아르헨티나 스칼로니 감독조차 “정말 힘든 경기였다”면서 상대가 얼마나 좋은 팀인지 인정하는 뉘앙스였어요. 카보베르데 부비스타 감독은 세계 챔피언 상대로 두 번이나 따라붙은 것 자체가 자국의 정체성을 보여준 거라고 했고요. 축구 해설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이 경기를 꼽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카보베르데는 인구가 52만 명밖에 안 돼요. 이번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고, 조별리그에서는 스페인, 우루과이 같은 강팀들과 비기면서 무패로 올라왔습니다. 그 여정의 마지막에, 40살 저니맨 골키퍼가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상대로 혼자서 막아낸 거죠.

결과는 패배, 근데 기억되는 건 다른 것
스포츠는 결국 결과로 기억되는 게 맞긴 한데, 가끔은 진 쪽이 더 오래 남는 경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 경기가 딱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25살까지 무명이었던 선수가 40살에 세계 최고 무대에서, 세계 최고 선수를 상대로 자기 몫을 다 해낸 거니까요. 결과표에는 패배로 남겠지만, 이 경기를 본 사람들 기억에는 다르게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인생에 정해진 ‘성공의 타이밍’이 있다고 믿습니다. 몇 살에는 취업을 해야 하고, 몇 살에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며 끊임없이 자책하죠. 하지만 이 감동적인 카보베르데 골키퍼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메시지는 인생의 전성기는 사람마다 찾아오는 계절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가 25살에 “난 이제 늦었어”라며 포기했다면, 40살의 기적 같은 선방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저마다 다르듯, 우리의 인생도 저마다의 만개하는 타이밍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자신만의 골문을 지키며 버텨내고 있는 여러분, 이 카보베르데 골키퍼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끝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전성기는 앞으로 다가올 마흔 살, 혹은 그 이후일지도 모릅니다. 늦은 인생이란 없습니다. 단지 아직 당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정말 축구는 이런것, 스포츠는 이런것.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두에게 감동주는. 때론 기적을 보여주는.
아직도 16강으로 가는 많은 경기가 있습니다. 더 많은 멋진 경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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